“해경 ‘태움 문화’, 경찰관의 꿈을 태워 버렸다”
예비신부의 청원, “예비남편의 억울한 죽음 밝혀 달라”
기사입력 2021.03.03 13:58 조회수 964
댓글 0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결혼을 앞둔 해양경찰관의 예비신부가 직장 내 ‘태움 문화’로 인해 한 경찰관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달 25일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 경장(34)이 자신의 집에서 죽음으로 발견됐다. 거제에서 전출 온지 18일 만이다.공식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족측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며 훌륭한 경찰관을 꿈꿔 온 A 경장은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라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A 경장의 예비신부 B 씨가 지난 2일 청와대에 직장 내 갑질로 A 경장이 사망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려 진실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B 씨는 “A 경장은 해양과학수사관으로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휴일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야간엔 법률공부를 하는 등 능력 있고 멋진 경찰관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지난 8일 거제에서 통영으로 전출 온 이후 집단 따돌림에 고충을 토로했다고 그녀는 밝혔다.B 씨는 “올해 수사업무를 배우고자 지난 2월 8일부터 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 형사계에서 근무했으나 부서 내에 존재하는 태움 문화로 인해 사망하기 직전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배당받지 못했다”며 “한참 후배경찰관의 업무를 그저 뒤에서 지켜만 보며 허드렛일을 하는 등 심적·정신적 고충을 토로했다”고 주장했다.특히 B 씨는 “A 경장이 ‘아무래도 담당계장에게 잘못보인 것 같다. 나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업무를 주십시오’라고 근무 의지를 피력했지만 담당계장이 이를 묵인했다”고 전했다.또 B 씨는 “A 경장이 ‘담당계장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 비참하다. 오전 7시쯤 출근해서 허드렛일만 하다 밤 9시~10시 쯤 퇴근한다. 내가 출근해서 제일 잘하는 것은 거울 닦기, 후배들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타기이다’고 하소연했다고 강조했다.B 씨는 A 경장은 약 보름동안 하루 3~4시간도 잠을 자며 체중이 4kg 감소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는 등 자존감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B 씨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밝았던 고인을 다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목숨을 포기할 정도의 고통이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과 고인의 아픔을 더 깊은 마음으로 알아주지 못한 자책으로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끝으로 그녀는 “부디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했던 나의 예비남편이자 한명의 해양경찰관 형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가해자를 명백히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한편 통영해양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 내 집단 괴롭힘은 없었다고 유족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저작권자ⓒ경남통영신문 & gt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